벨라스케스가 그린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의 그림들에서 삼촌이 조카를 바라보는 듯한 애정 어린 시선이 느껴지는 건 이 때문이다. 당시 스페인 왕실은 궁정화가에게 공주의 성장 과정을 그림으로 기록하게 했는데, ‘흰옷의 어린 공주 마르가리타 테레사’는 공주가 가장 사랑스러웠던 다섯 살 때(1656년)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. 쓱쓱 그은 듯한 선 몇 개로 흰색 원피스의 주름을 묘사한 신기에 가까운 붓터치가 돋보인다.
공주는 열다섯 살 때 외삼촌 레오폴드 1세와 정략결혼해 네 아이를 낳은 뒤 22세의 나이로 출산 중 유명을 달리했다. 짧은 삶을 살았지만, 그녀의 어릴 적 사랑스러운 모습은 세계 미술사에 영원히 남았다.
성수영 기자 syoung@hankyung.co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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